학교가 끝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던 곳은 TV 앞이었다
어린 시절, 학교가 끝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던 곳은 TV 앞이었다. 손에는 간식이 들려 있었고, 눈은 반짝이며 만화 속 세계로 빠져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. 90년대 만화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, 나의 꿈과 감성을 키워준 소중한 시간이었다. 그 시절 만화들은 각기 다른 색깔과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. 정의를 외치는 히어로들은 어린 나에게 용기를 심어주었고, 우정을 나누는 캐릭터들은 친구와의 소중한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. 학교에서 친구들과 만나면 어제 본 만화 이야기를 나누며 흥분하곤 했다. “어제 그 장면 봤어?”라며 서로 따라 하고, 주인공의 대사를 외우는 것이 놀이가 되었다.
당시의 만화들은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단순했지만, 그 안에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. ‘노력하면 반드시 보답받는다’, ‘진정한 친구는 어려울 때 빛난다’, ‘악당도 때로는 사연이 있다’ 같은 교훈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.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, 가치와 감정을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이다. 90년대 만화 하면 떠오르는 건 단순히 이야기뿐만이 아니다. 오프닝과 엔딩 곡들은 여전히 귓가를 맴돌고, 그 선명한 멜로디를 들으면 그 시절의 감정이 다시 살아난다.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서 보고 또 보며 테이프가 늘어지는 경험도, 만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시간을 보내던 순간도 그립다.
그때는 몰랐지만,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90년대 만화들은 단순한 ‘추억거리’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감성을 형성해준 중요한 요소였다. 그 만화들은 우리에게 꿈을 꾸게 했고,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했으며,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. 이제는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이면 어떤 만화든 다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, 그때 느꼈던 감동과 설렘은 쉽게 재현되지 않는다. VHS 테이프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의 그 두근거림, 새 만화책을 펼칠 때의 종이 냄새,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앉아 주인공의 모험을 따라가던 그 순간들이 90년대 만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.
시간이 흘러도, 그 시절 만화들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. 문득 현실이 버겁게 느껴질 때, 나는 가끔 그때의 만화들을 다시 찾아본다. 그리고 그 속에서, 어린 시절 느꼈던 꿈과 희망을 다시 떠올린다.